■ 누가 한국인이 치킨을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하는가?
누가 한국인이 치킨을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했나. 점심시간마다, 모든 커피 전문점마다 가득한 인파를 보라. 식사를 마치면 자석에 끌리듯, 반드시 한 손에 아메리카노나 라떼나 카라멜 마끼아또 한 잔을 들어야 하는 저 직장인의 바다를 보고도 어찌 한국인과 치킨을 말할 수 있는가.
한국인은 커피를 사랑하는 민족이다.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22년 커피와 음료점업 점포 수가 9만 9천 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 2018년 5만 개에서 딱 4년 만에 두 배가 되었다. 치킨집은 2021년(당시 7만 6천 개)에 제쳤다.
숙연한 마음으로 한국인이 경배하는 이 커피의 세계를 탐구해보자.
■ 대한민국 커피 TOP10…'될놈될'의 행진
미국의 노마(knoema)라는 리서치회사가 제공하는 세계 스타벅스 매장 정보를 보면, 한국은 미국(6,608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1,750개, 2022년 4분기 기준)로 스타벅스 매장이 많은 국가다. 영국(3위, 838개)보다, 멕시코(4위, 769개)보다, 터키(5위, 604개)보다 많다. 그러면 한국에서 스타벅스는 매장 개수가 가장 많은 커피 전문점일까?
뜻밖에도, 아니다. 스타벅스의 두 배에 가까운, 3천 개 넘는 매장을 보유한 브랜드가 있다. 이디야다. 매장 수가 3,018개다. (2022년 10월 공개된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 기준, 2021년 연말 통계) 이디야는 스타벅스와 비슷한 시기인 2001년 문을 열었다. 수많은 커피 전문점이 흥망성쇠를 맞이할 때 오직 '이디야'만 살아남았고, 꾸준히 성장했다. 스타벅스보다 싸고, 전국 방방곡곡 없는 곳이 없는 브랜드다.
3위는 순서가 바뀌었다. 2021년 공개 자료에서는 투썸플레이스가 3위였는데, 저가 커피의 신흥강자 메가커피가 투썸을 제쳤다. 스타벅스에 살짝 못 미치는 1,602개다. 그 밖에 컴포즈커피(5위)와 빽다방(6위), 할리스, 파스쿠찌, 엔제리너스, 탐앤탐스가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 해 전, 같은 통계로 <‘기타 등등’ 커피의 반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당시 커피 업계 흐름을 코로나19의 확산과 연관 지어 분석했다.
[연관 기사] ‘기타 등등’ 커피의 반란?…‘공룡 프랜차이즈는 멸종위기’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47634 |
코로나로 인해 대면 만남 자체가 줄어서 카페가 한산해지고, 커피 판매장에서 공부하던 '카공족'도 사라졌다. 가정마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보급되며 커피 전문점의 강점마저 희석됐다. 큰 매장을 갖춘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이 고전했다.
반대로, 저가 커피는 코로나 불황이 없었다. 매장에 테이블을 거의 갖추지 않은 '포장판매 전문점'이라고 할 저가 커피는 오히려 특수를 누렸다. 직장인들이 회식을 못 하니 부장님들은 '단체 커피'를 돌렸다. 커피 마시는 문화 자체는 더 확산하였다. 직장인들은 이제 하루에 커피를 두 잔 먹는다. (사람인 설문조사) 수요를 '싸고 맛도 괜찮은' 업체들이 차지했다.
'기타 등등' 커피의 반란이라고 표현한 그 흐름은 계속 유지·강화됐다. 대표주자인 '메가커피'는 물론, 컴포즈커피나 빽다방까지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을 제치고 상위권을 차지했다.
매장 개수 증가 속도도 엄청나다. 2017년 기준 매장이 백여 개에 불과하던 메가 커피(187개)와 컴포즈커피(146개)는 4년 만에 점포 수가 8~9배가 됐다. 전성시대를 맞은 저가 커피의 성장세가 폭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요즘은 이런 업체들을 이른바 '될놈될'이라고 표현한다. ' 될 놈은 뭘 해도 된다'는 얘기다.
■ 한국 커피 시장의 진정한 대장은?
그러나 매장 수만을 가지고 대한민국 커피 TOP10을 말하면 공정한 기사가 아니게 될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대한민국 커피 시장의 절대강자는 미국 시애틀에서 출발한 글로벌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의 차지이니까.
매장 수는 2등일지 몰라도, 매출에서는 '넘사벽'의 절대강자다. 모든 매장이 본사 직영 매장인 점이 작용하기는 하겠지만, 스타벅스의 아성을 사업 구조의 특성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압도적인 상표 인지도를 바탕으로 코로나 19 시기 다른 대부분의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고배를 마실 때도 멈추지 않고 성장했다. 마치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계 '치킨게임'을 이겨낸 뒤 '절대 강자'가 되었듯, 스타벅스는 코로나19 보릿고개를 넘어서 한국 커피 업계의 '지존'이 되었다.
그리하여 2021년 매출을 기준으로 스타벅스의 매출(2조 3,856억 원)은 나머지 9개 업체(투썸, 이디야, 빽다방, 메가, 커피빈, 할리스, 컴포즈, 폴바셋, 탐앤탐스)를 합친 것보다 1조 원 많았다. (단, 파스쿠찌와 엔제리너스의 매출은 여기 더할 수 없었다. 커피업만 따로 집계가 안 된다. 엔제리너스는 롯데리아 등 롯데그룹 다른 프랜차이즈와 함께 집계되고, 파스쿠찌는 SPC 계열 다른 빵집들과 함께 집계되어 따로 계산할 수 없었다.)
■ 넘버2를 내놓아라!…'될놈될' 저가 커피의 진격
스타벅스는 단순하게 매출만 많은 게 아니다.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에서도 비교 상대가 없다. 대한민국 커피 시장은 '스타벅스와 아이들'로 표현될 수 있다.
그렇다고 경쟁이 느슨한 것은 결코 아니다. 특히 '넘버2' 쟁탈전이 치열하다. 매출로는 투썸플레이스가 부동의 2위(4,117억 원, 2021년)이지만, 진정한 수익성 지표라고 할 영업이익으로는 상황이 다르다.
급성장을 거듭하던 메가 커피의 영업이익(422억, 2021년)이 투썸플레이스(371억)를 넘어섰다. 매출액(878억 원)은 투썸의 5분의 1에 불과한 회사가 영업이익으로는 '공룡'을 꺾은 것이다.
메가 커피와 같은 고속성장을 하는 컴포즈커피(160억)도 눈에 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이디야(190억)나 빽다방(169억)과 같은 경쟁 저가 커피 업체를 위협한다. 올해는 이들에 미치지 못했지만, 최근의 증가 추세를 유지한다면 내년에는 넘어설지도 모른다.
안타까운 것은 그 아래 탐앤탐스나 커피빈이다. 장사해서 돈 벌기는커녕, 두 해 연이어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안될안', 이대로 가라앉는가?
업계를 평정한 스타벅스, 그나마 체면치레를 하는 투썸플레이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고급 커피 전문점들은 고전 중이다. 당기 순이익을 보면 추세는 뚜렷하다.
한때 스타벅스와 경쟁하던 할리스는 어느덧 저가 커피에 치여 맥을 못 추고 있다. 탐앤탐스나 커피빈은 존립을 걱정하여야 할 정도다. 당기 순손실 행렬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폴 바셋이야 신생 업체인데다가 매장 수가 얼마 되지 않으니 논외로 하더라도, 나머지 업체들은 코로나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코로나 위기가 오기 전인 2019년에도 두 업체는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영광스럽던 과거의 과거를 뒤로 한 채 저물어가고 있다. 안 될 업체는 안되는 것일까.
■ 대한민국 커피 TOP10, 업데이트는 4월
위 기사는 공정위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상의 가맹사업자 통계를 기본으로 구성했다. 그러나 스타벅스처럼 가맹사업 점주를 모집하지 않고 '본사가 직영'만 하는 업체의 경우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감사보고서를 참고했다. 모두 회계처리가 끝난 2021년까지의 정보만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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